[Notice] 이미지의 시대의 새로운 언어 - '짤'
2014.03.24  |  6941

짤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인터넷 게시판이나 SNS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방송 캡처뿐만 아니라 각종 이미지들 (주로 유머러스한)을 부르는 말이다.

'짤'이라는 말은 인터넷 커뮤니티인 디시인사이드에서 유래한다. 

초기에 디지털 카메라에 대한 콘텐츠를 다루었던 디시인사이드는 각종 주제들을 다루는 갤러리들이 게시판의 성격으로 발달하면서 성격이 바뀌었다.

하지만 본래 사진을 올리고 소통하는 '갤러리'라는 특징 상 각 갤러리에 글을 올릴 때는 꼭 이미지를 포함해야 했고 그러지 않으면 관리자들이 그 글을 삭제해 버렸다. 

그래서 이용자들은 자신의 글이 짤리지(삭제되지) 않기 위해 무의미한 사진들을 올려 놓았고 이 이미지들을 '짤림 방지용 사진'이라고 불렀다. 이것이 줄어들어 '짤방', 더 줄어 '짤'이 된 것이다.

현재는 한 컷의 이미지를 '짤'이라고 보편적으로 부르고 있다.(관련어로 움직이는 이미지나 플래시 등을 움짤, 플짤로 줄여 부르기도 한다.)

이러한 '짤'들은 인터넷 게시판 문화의 발달과 보다 컴팩트해진 의사소통의 발달로 인해 다양하게 생산되고 있다.

예를 들어 이모티콘 또한 '짤'의 한 종류로 여겨진다.

 

   

 

카카오톡의 카카오 프렌즈 이모티콘 

이미지 출처 :  http://blog.naver.com/wnwntlrtlr/140205208011

 

나는 하나를 사기에도 손이 떨리는 모바일 메신저의 유료 이모티콘을 열 몇개나 가지고 있는 친구가 있다.

그 친구는 어느 순간 할 말이 있을 때 이보다 더 절묘할 수 없는 이모티콘을 날리고, 메신저 창은 웃음으로 가득찬다.

어느 순간 그녀는 센스 넘치는 여자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그녀가 답이 없는 텀이 길어질 땐 절묘한 이모티콘을 찾고 있는 순간이다.

어쩌면 그 시간에 적절한 멘트를 던지는 편이 더 좋지 않을까 싶을지도 모르겠지만 이모티콘에는 이모티콘만이 표현할 수 있는 감성이 있다.

이모티콘이 처음으로 사용되었던 30여 년 전에도 이모티콘에 대한 비판은 있어 왔다.

글만으로 뉘앙스를 표현하지 못하는 언어 능력의 퇴화, 상상력의 빈곤을 걱정하기도 하고, 오늘날의 유료 이모티콘은 자신의 감정조차 돈을 주고 표현해야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모티콘은 21세기의 새로운 표의문자일지도 모른다.

휴대전화가 보편화 되고 인터넷이 발달하며 각종 채팅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함께 발달한 이모티콘은 짧고 함축적인 기호 안에 표정과 감정을 담고있다.

기욤 아폴리네르의 칼리그람처럼 기호학적 텍스트가 이미지로서 기능하는 것이다.

 

  

 

Guillaume Apollinaire의 calligrammes 


 

그래서 'OTL'은 단순한 알파벳 'O','T','L'의 나열도, '오틀'이라고 발음하는 글자도 아닌 무릎을 꿇고 엎드려 절망에 빠진 사람을 표현하는 이미지로서 기능한다.

이러한 이모티콘은 스마트폰의 탄생과 함께 더 진화했다.

기존의 휴대폰에도 키보드에서 기호나 이모티콘을 표현할 수 있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평면적인 기호였다.

하지만 아이폰에 내장된 이모티콘과 각종 모바일 메신저의 이모티콘은 어느정도 입체감을 가진 이미지이다.

기호에서 이미지로 한 층 더 진화한 무,유료로 제공되는 모바일 메신저의 이모티콘은 단순한 감정표현을 넘어 상황을 대변하고 의사소통을 대신한다.

삽화로서 텍스트의 의미를 보충하던 이미지가 문자의 위상을 넘어 새로운 의사소통의 수단으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이미지가 범람하는 현대 사회에서 대중들은 단순히 그 이미지를 수용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수집, 편집하고 재해석한다.

일찌기 라슬로 모홀리나기가 '미래의 문맹은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다. 이미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읽지 못하는 사람이다.'라고 말했듯이 현대는 분명 이미지가 주요한 의사소통의 수단으로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짤의 발달 또한 모홀리나기가 말한 것과 일치한다. 그는 객관적인 이미지 표현으로 감상자가 다른 사람의 해석을 듣지 않고도 이해할 수 있는 자유를 준다고 생각했으며 텍스트 구성에 대해서는 커뮤니케이션의 명료성을 획득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것이 단순히 디자인 영역의 포스터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오늘날 예능에서 흔히 보이는 자막과 함께 캡쳐된 이미지, 이미지와 텍스트가 공존하는 만화나 웹툰의 이미지 등처럼 이미지와 텍스트의 조합은 의미없는 이미지를 대체하며 오늘날 '짤'의 대세를 이루고 있다.

그리고 여기서는 오히려 텍스트가 이미지의 의미를 보충하는 식으로 기능하며 때로는 텍스트가 이미지로서 읽히기도 한다.

수많은 시각 이미지의 노출에 익숙해진 세대들은 이미지를 단순한 수용 및 인용하는 것을 넘어 창작하기에 이른다.

매우 단순한 선으로 몸의 동세정도만 간단히 표현하고 절묘한 표정과 텍스트로 만들어진 이 짤들은 보는 사람들의 공감을 얻고 실소를 일으킨다.

 

       


인터넷 게시판과 SNS의 창작 짤들

 

이러한 짤들의 주제는 대다수 풍자와 유머 혹은 감정의 표출이다.

알랭 드 보통은 그의 저서 '불안'에서 풍자 만화에 대해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마주치면 당황하거나 창피해할 수 있는 상황이나 감정에서 웃음을 이끌어내며 유머를 통해 불안을 억제하려는 시도라고 말한다.

상냥하게도 알랭드 보통은 그러한 시도들은 우리가 기본적으로 괜찮은 사람이라는 전제하에 우리를 비판하는 것이라고 말해 준다.

하긴 생각해보면 잘난척 하는 얄미운 친구 앞에 말로써 조목조목 따지는 것보다 우스꽝스러운 짤 하나를 보여줌으로써 웃으면서 자신을 성찰해 볼 수 있도록 하는 편이 친구와의 우정을 유지하면서도 의사전달에는 효과적일테니 말이다.

그리고 우리의 현실을 대변하는 이미지들을 보면서 우리는 웃음과 함께 성찰의 시간을 가지는지도 모르겠다.

방송 영상의 캡처, 만화와 웹툰, 패러디 이미지, 포토샵으로 편집된 이미지 등 수많은 종류의 짤들은 인터넷을 유랑하며 우리의 감성 코드들을 건드린다.

이 불안의 시대에 피식 터져나오는 실소라도 있기에 빡빡한 일상의 스트레스가 조금이나마 긴장을 풀 수 있는 게 아닐까.

'실소도 웃음입니다.'라는 어느 웹툰작가의 말처럼 어찌 되었든 지금은 웃음이 필요한 시대이니까.

 

이처럼 '짤'들은 인터넷 상에서 보다 직관적이고 감성적으로 의사를 전달하는 소통의 도구로서 사용되고 있다. 이 새로운 언어는 합리적이고 기능적인 이성이 중요시 되어온 시대에서 인간적인 감성을 되찾고자하는 본능적인 표현욕구로 인해 나타난 자연스러운 현상으로도 보인다.

새로운 것들이 나타날 때면 언제나 그렇듯이 그 새로운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활용하는 사람들의 이해와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그 문제가 있다. 컴퓨터, 인터넷, 휴대폰, SNS 등 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단순히 글쓰기 능력을 저하시킨다고, 혹은 상상력을 저해한다고 우려하기 보다는 이미 막을 수 없는 이 새로운 언어를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편은 어떨까?

모든 사람들이 작가는 아니지만 글을 읽고 쓰는데 어려움이 없듯이 지금은 이미지를 읽고 표현하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교육이 필요한 시점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문자를 국어시간에 문법 공부와 문학작품 읽기, 글쓰기로 오랜 시간 훈련하며 익혀왔듯이 말이다.

문자를 조합하고 구성해서 글을 쓰듯 맥락과 상황에 맞는 이미지를 어렵지 않게 창작하거나 차용, 조합하는 것을 배움으로써 오히려 더 풍부한 감성을 표현하고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미술 작가들이 오래 전부터 이미지를 통해 자신과 세상을 진정으로 바라보고 표현함으로써 메시지를 전달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역할을 해왔듯이 체계적인 이미지의 읽기와 표현하기의 교육을 통해 단순한 유머 그 이상의 소통이 이미지로 가능해진다면 이 새로운 언어는 우리의 의식체계를 더욱 창의적이고 감성적으로 확장시켜줄 것이다.

라슬로 모홀리나기가 말한 미래는 이미 현재로 성큼 다가온 것이다.

그렇다면 '짤'을 단순히 젊은 세대들의 가벼운 문화이자 비판의 대상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는 현상으로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이 얼마나 유쾌하고 기발한 언어인지! 

 

by Jihye KIM 

  

 

참고자료 

1) [문소영의 문화 트렌드]페북 '좋아요'버튼 정말 좋아서 누르나요 2013.03.03

2) 지식인 오픈국어 '짤'

3) 알랭 드 보통(정영목 옮김), <불안>, 은행나무, 2011

4) 그 외

 

 

*카카오톡 이모티콘의 저작권은 카카오톡에 있습니다.
 그 외 예시로 사용한 이미지는 웹 상에서 수집한 것으로 원작자를 알 수 없어 저작권을 표시하지 못했습니다.
 혹 이미지 사용에 있어 문제가 있을 시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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