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진정한 나를 발견하는 도구를 찾아서 [11]
2014.04.04  |  10203

 

 

진정한 나를 발견하는 도구를 찾아서  

 

 

초상화의 한 분야로 '자화상'이 있습니다. 작가가 자신의 모습을 그린 경우를 말합니다. 르네상스시대 이후 개인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본격적으로 그려지기 시작했지만 그 이전에도 있었고 지금까지도 작가들은 자화상을 종종 제작합니다. 대부분의 자화상은 팔리기를 기대하지는 않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래 전부터 존재하고 있었죠. 약간의 포용력을 더한다면 현대에 이르러 제작되는 작품은 모두 작가들의 자화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 현대 작가들은 자신의 개인적 경험에서 출발한 담론을 사회현상과 연결하여 표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스스로가 작품의 소재가 되고 주제가 되는 것, 자화상을 제작하는 것은 어떤 의미와 가치로 돌아오길래 지속적으로 확장되는 걸까요?

최초의 여류화가로 알려진 수잔 발라동[Suzanne Valadon, 1865 - 1938]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그녀도 역시 자화상을 그렸습니다. 그런데 그 모습은 다른 화가가 그려준 모습과 좀 다릅니다.

사실적인 모습으로 표현하는 것이 서툴러서 그랬을까요?

 

발라동은 1865년 프랑스의 오트비엔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세탁부의 사생아로 태어나 어릴 때부터 어머니를 따라 일터로 나가야 했습니다. 열 다섯 살이 되던 해, 서커스단의 곡예사로 일하게 되었지만 연습 중 바닥으로 추락하는 사고로 서커스단을 떠나야 했습니다.

부상으로 더 이상 곡예를 할 수 없게 된 그녀는 마침 피에르 샤반느[Pierre Puvis de Chavannes, 1824 - 1898] 라는 화가의 눈에 띄어 모델로 활동하게 되면서 새로운 인생의 길과 마주하게 됩니다. 그녀는 많은 화가들의 삶의 동반자이었으며 또 예술의 영감이 되어 주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인상파 화가였던 오귀스트 르누아르[Auguste Renoir, 1841 - 1919]와 툴루즈 로트렉[Henri de Toulouse Lautrec, 1864 - 1901]의 그림에서 풍만한 몸매의 매력적인 그녀의 모습이 자주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1. 오귀스트 르누아르, 머리를 땋는 소녀 (수잔 발라동), 1885  / 2. 오귀스트 르누아르, 수잔 발라동, 1885 / 3. 툴루즈 로트렉, 수잔 발라동의 초상화, 1885 

 

 

화가들은 모델이자 연인이었던 수잔 발라동을 그림에서와 같이 아름답고 관능적인 모습으로 표현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모습을 다르게 생각했고, 다르게 표현하고 싶어했습니다.

 

"그림 속 나는 현실보다 아름답다. 하지만 그 모습이 진짜 나의 모습일까?" - 수잔 발라동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했던 그녀는, 다른 사람의 눈에 비친 모습이 아닌 스스로가 바라보는 자신의 진짜 모습을 자화상 제작을 통해 찾고 싶어 했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모델 일을 하면서 어깨 너머로 화가들의 그림을 보아온 그녀가 화가들의 캔버스로부터 당당히 걸어 나와 직접 붓을 들고 자신의 모습을 그리게 됩니다.

 

 


 

 

수잔발라동 : 자화상, 1917 (아이를 출산한 후 붓기가 채 빠지지 않은 모습의 수잔 발라동)  

 

 

열여덟 살에 자신과 같은 사생아를 낳은 후 붓기가 채 빠지지도 않은 미혼모의로써 가슴 부위를 드러낸 그녀의 자화상은 더 이상 남성들의 성적 대상이 아니라, 독립적인 존재로써 자신의 진실된 모습을 찾아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는 당당한 여성으로 그녀의 바람을 담은 모습이었습니다. 이는 모델이 된 다른 화가들의 그림 속 모습과는 대조를 이루며 그녀의 강한 자의식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녀에게 자화상이란 자신의 다짐을 가시화하는 좋은 도구였을 것 같습니다.

그녀의 다짐으로 인한 행보는 여성은 상류층으로 제대로 교육받더라도 화가로 인정받기 어려웠던 시절에도 불구하고 자유롭고 대담한 표현력으로 미술사에 이름을 올리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자화상'이란 단어의 뜻을 살펴보면, Self-portrait의 초상화(portrait)은 라틴어의 'protrahere'을 어원으로 '발견하다'라는 뜻을 가지며 앞에 자신(Self)이라는 뜻을 더해 '자신을 발견하기 위해 그리는 그림'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화가들은 자신의 예술적 재능을 표출하기 위해 혹은, 마땅한 모델을 찾지 못한 이유로 자신의 얼굴을 그리기 시작했을지라도 그것만이 자화상 제작의 이유는 아니었나 봅니다. 발라동 같은 사람들이 증거겠죠.

이렇게 자아인식과 성찰의 도구가 되는 자화상은 화가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을 위한 미술치료(Art Therapy)에서도 자주 사용됩니다. 자신의 얼굴을 직접 그리고 만드는 과정은 말이나 글로 하지 못한 내면에 억제되어있던 감정들이 표출될 수 있도록 도와주며, 시각적으로 표출된 감정을 통해 그 동안 인식하지 못했던 자신의 모습과 마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www.arttherapyspot.com / http://christineadolph.typepad.com / myjourneywithdepression.wordpress.com 

 

 

 

 

미술치료 과정 중 제작된 자화상  

 

 

 

 

미술만이 자신의 내면세계를 들여다보고 자아 성찰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도구는 아니겠지만, 그림의 제작과정은 성찰 뿐 아니라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찾고 경험해보고자 합니다.

화가들처럼 자화상을 그리고 싶지만 기술적인 문제가 부담스럽다면 대단하고 거창한 것일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이해하시면 좋겠습니다. 중요한 건 결과물이 아니라, 진정한 ''를 발견하는 그 과정 속에 더 큰 의미와 가치가 있으니까요.

 

 

자신의 감정과 마주하여 문제를 이해하고, 이를 반성하다 보면 자신의 삶에서 보잘것없이 느껴졌던 부분들이 어느 순간에는 새로운 의미로 다가오게 됩니다. 심리학자 로버트 윅스[Robert J. Wicks, 1946 - ]는 모든 심리적 성숙이나 변화의 근본은 자아 성찰로부터 시작된다고 말합니다. , 자아 성찰을 통한 생각과 태도의 변화가 삶의 새로운 길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는 이야기 입니다.

  

 

아름다운 봄 꽃들이 다 사라지기 전에, 잠시 나를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셀카'로 자신의 모습을 남길 때에도 진정한 자신을 찾아보는 시도를 해보세요. ?네모 프레임 안에 자신의 참 모습을 담는 기회가 온다면 사진 작가가 될 지도 모릅니다. 

 

진정한 나를 발견하는 도구, 그 대표로서 미술은 말합니다. ' You are so beautiful.'  

 

 

글: Hyewon 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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